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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1 October, 2015

by 꽃딱지 2015.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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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October, 2015

 

오늘은 대망의 은행계좌 만들러 가는 날. 큼지막한 To do list들이 하나씩 지워져간다. Personal Banker가 약속 잡아준 수요일 오전 9시에 갔더니 다들 부산스러워 보였다. 아침부터 비가오고 그래서 뱅크역까지 가는데 지옥철이고.. 어흐.. 아무튼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데이비드가 나를 발견하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기다리기를 20분.. 아무튼 자리에 앉아서 계좌 오픈을 시작했다. 여권이랑 NI 넘버를 주고 이런 저런 간단한 이야기를 하였다.

-학생이냐, 언제 왔냐, 무슨 일 했냐 등등. 은행 계좌 발급 후기를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대화들이었다. 한국 주소를 쓰려고 우편번호를 내 폰으로 찾는데 내 폰에 있던 세븐시스터즈 사진을 보더니

-오 여기 어디 지명 아니니??? =아니 여기 세븐시스터즈야.. -아니 거기 지명 아니야? 하면서 내 한국주소 입력하던걸 내려놓고 인터넷을 키더니 막 사진을 찾아준다. 보이냐고 이거 거기 아니냐고 자꾸 물어보길래. =아 맞는 것 같네 맞아.라고 해줬다. 인정할 때 까지 사진 계속 보여줄 기세. 그 이후로 또 뭔갈 끄적이더니 모래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을 보여주더니 여름에 휴가로 가면 짱이라고 한다. =나 이거 영화에서 이런 해변 본 것 같아. 내년 여름에 여기 가봐야겠어. 흐뭇해하는 뱅커, 데이비드찡. 잠시 뒤에 내 여권을 유심히 보더니. -남한... 한국... 한국음식은 뭐가 유명해? =김치. 김치 알아? -그게 뭐니? =야채랑 고추랑 섞은 건데.. 음.. -중국음식은 많이 가봤는데 한국음식은 한 번도 못먹었어. 언제 한 번 먹어야겠어! =응 너 꼭 도전해야해! 흐뭇흐뭇한 나. 서류 좀 잠깐 뽑아온다고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 눈이 마주치니깐 갑자기 멈춰서서 -내 키가 몇인지 맞혀볼래? =????? 그래, 내가 글로 가볼께. 하고 데이비드 옆에 서서 키를 얼추 보고 =187? -더 커 =188? -더 =189 -아니야 =190? -아니 191이야. =와 너 정말 크다. -너도 키 커. =나는 평균이야 161인데? 시무룩 아무튼 대부분 여자들은 키 큰 남자들 좋아해 -맞아. 우리들이 크긴하지.. 한국 남자들은 어때? =그냥 보통이야 -그렇구나.

참 유쾌한 은행 직원이었다. 덕분에 오늘 하루가 즐거웠다는.. 영국 남자들도 참 이렇게 유쾌할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다. 쓸데없이 내 폰배경이랑 잠금화면보고 아는 척 하고 내가 플라밍고를 좋아해서 잠금화면이 홍학이었는데 휴대폰 잠금화면을 보더니 한국에도 플라밍고가 있어? 응 동물원에.. 눈 마주치면 윙크하고 악수를 쓸데없이 겁나 많이하고 귀엽군..하고 있는데 계좌를 열면서 자기 정보도 입력해야하는지 자기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이게 내 휴대폰 번호야. =응 그래.(근데 어쩌라는거지.. 저장하라는건가..) -어쩌구 저쩌구 내가 문자 보낼께 =응 그래. 아마도 뭐 공지사항 있으면 문자를 보낸다는 뜻 같기도 했다. 축하한다고 계좌 계설할 수 있게 되었어. 오 고맙다고 악수하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마지막 악수를 하고 나왔다. 어렵다던 은행계좌 데이비드찡 덕분에 즐겁고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비도 부슬부슬오고 코스타가서 커피를 마시며 동생와 엄마한테 보낼 편지를 미리 쓰고 나와서 집으로 갔다. 밥을 해먹고 있는데 윗집언니가 테이트 모던에 있는 카페를 가자고 해서 갔는데 만석이라 도저히.. ㅂㄷㅂㄷ.. 나와서 세인트폴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 좀 하다가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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