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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3 November, 2015

by 꽃딱지 201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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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mber, 2015

 

 

 

 

 

아침에 일어나 토스트와 포리지죽을 먹고 인터뷰를 위해서 헐레벌떡 준비하고 나왔는데 이게 왠걸 DLR 라인이 파업 중.. 부들부들.. 그래서 화이트채플 쪽으로 해서 우회해가려는데 District 라인도 겁나 늦게 오는거지.. 내 양 옆에 앉았던 영국인 아줌마 두명도 어리둥절해서 한 분이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내가 해준.. 내 휴대폰 어플 좋아보인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보니 District 라인이 도착. 겨우겨우 5분 전에 잡센터에 도착했다.

적어줬던 명함을 건네주고 CV 양식을 적어달래서 봤는데 생각보다 별거는 없었다. 내 인적사항 및 전에 일했던 직장 2곳과 직무기술 간단히 쓰는 것 정도였다. 쓰고 냈더니 다른 한켠으로 불러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내용도 그렇게 까다롭지도 않았다.

-반가워요. 채윤인가요? 저는 OO이예요. 어때요?

=반가워요. 오늘 완전 좋아요. 고마워요.

-채윤이라는 발음 너무 어려워요.

=네.. 분명 어려우실거예요..

-영국에 오신지 얼마나 됐어요?

=온지 2달 되가요.

-사는 곳은 어디죠?

=쉐드웰 아세요? 쉐드웰에 살아요. 동런던이요.

-네, 쉐드웰 알아요. 런던에는 왜 오신거예요?

=영국에 살아보고 싶어서 왔는데, 기회가 되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온거예요. 영어도 배우고 스피킹 스킬도 늘리고 싶어서 왔어요.

-좋습니다. 비자가 언제 만료되나요?

=2017년 6월에 만료되요.

-그럼 얼마나 일하고 싶으세요?

=가능한한 오래 일하고 싶죠.

-내일 부터 일할 수 있으신가요?

=저 사실 내일 생일이예요. 제 비자 페이지를 봐보세요. 여기..

-오 미안해요. 못봤네요!! 축하해요. 내일은 그럼 분명히 안되겠네요. 내일 뭐 하실 예정인가요?

=딱히 계획은 없는데 친구들 만날 것 같아요.

-내일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래요. 그럼 내일 모레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이력서 보니 병원에서 일했었네요?

=네, 제 전공이 간호과여서요. 병원에서 수술실에서 일했었어요. 근데 카페에서도 잠깐 일했었어요.

-오 얼만큼 일했어요?

=한.. 6개월 정도?

-공항쪽에서 일했나요? 아님 그냥 동네에서?

=저희 동네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제가 살던 도시가 공항 도시이긴해요. 인천 국제 공항!

-하하하, 아직 한국을 안가봐서 잘 모르겠네요. 언젠간 일본이랑도 가보고싶은데 참 두 나라가 비슷한 것 같아요.

=네.. 아마 외국인들 눈에는 비슷해보일거예요, 하지만 저희들은 그 차이점을 구별해낼 줄 알아요.

-하지만 저한텐 비슷해보여요.

=네, 그렇겠죠.

-일을 한다면 풀타임을 원해요? 파트타임을 원해요?

=기왕이면 풀타임이요. 요새 저 시간 너무 많아요.

-좋아요. 프레타망제에 당신이 기여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나요?

=저는 좋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간호사였기 때문에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늘 친절했어야 했거든요. 그리고 팀원들과 협조적으로 일할 수 있어요. 물론 제 직업상으로 여러 사람들과 일해야했던 환경이라서요. 예를들면 의사들이나 어시스트들.. 그리고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 할 수 있어요.

-오 좋아요. 뽠따스틱! 일단 어디가 제일 가깝고 좋은 자리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5분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원한다면 냉장고에있는 음료수 꺼내먹어도 좋아요.

=아,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대충 이런 간단한 대화식인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니까 어려운걸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보다도 영어가 느리고 둔한 사람도 옆에서 대답하고 있었다. 학원다니면서 느낀건데 생각보다 나보다 영어 못하는 유럽인들이 많은 것 같다. 조기교육의 필요성..ㄷㄷ 5분이 훨씬 지나서 면접관이 왔다. 좋은 소식이예요. 하면서 왔는데 그닥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늘 하는 이야기 같았던.. 면접관이 들고온 종이에는 완전 센트럴 중에 센트럴인 소호중앙에 있는 곳이었다. 젠장.. 난 뱅크근처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매니저가 일단 풀타임은 내가 하는 것 봐서 고려하겠다고 일단 파트타임 25시간으로 고용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종이에는 프레타망제에서 일할 때 필요한 복장들과 외모규정등이 적혀 있었고 포스트코드와 몇시까지 가야하는지도 적혀있었는데. 면접관이 말하기론 30분전에 가서 아마 아침에 무슨 준비를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했다. 그리고 이건 트라이얼이기 때문에 만약 내가 너무 샤이하고 의기소침하고 그런다면 팀원들이 나랑 같이 일하기 싫어할 것이고 트라이얼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웃고 열심히 임해야지 직원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했다. 그거야 내 주특기지. 병원을 3곳을 옮겨다녔는데 매번 처음엔 열심히 듣는 척, 성실한 척. 아무튼 고맙다고 하고 빅토리아 역에서 토튼햄코트로드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프라이막에 가기 위해서였다. 완전 올검 신발을 원했기 물론 올검 옥스포드화가 있지만 그렇게 일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신발이라서 검은색 신발, 검은 양말, 블루진, 세탁물 수거망 그리고 핫워터보틀을 사왔다. 점점 사람 사는 집 처럼 되는 것 같다. 근데 내 방은 졸라 좁잖아요. 아무튼 집을 옮기는 것 때문에 센트럴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완전 센트럴로 배정받을 줄 몰랐다. 허허... 출퇴근이 뭐 같겠지만 몇개월 뒤에 아무런 고민없이 아무 곳으로 옮겨도 되겠구나. 막상 프라이막에서 산 것들이 너무 무겁고 피곤해서 아직도 파업중인 DLR 라인을 못타고 돌아서 집으로 갔다. 도착하고 나서는 어제 사고서 남은 재료들 갖고 저녁을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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