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July, 2016
아침에 일어나니 타로에서 연락이 와있었다. 일본인 스태프가 아파서 땜빵을 해주게 되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며칠이라도 연명할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일 끝나고나서는 공유와 이민정이 주연했던 2012년 빅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너무 꿀잼이라 잠을 새벽 3시 30분에 들었다고 한다. 공유는 얼굴이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냥 아무 생각이 없던 배우인데 와.. 핵존잘.. 존멋..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 흑륵흐르규ㅠㅠ 늦게 진가를 알아본 저를 용서하세요..
#27 July, 2016
오늘도 어김없이 타로 땜빵을 하러 갔다. 일을 끝마치고 와서 드라마 빅 다시 또 정주행! 넘나 재미난 것. 이틀만에 16화를 다 보았다. 계속해서 나오는 짐들을 캐리어에다가 우겨넣고있다. 루크와 이태리 게이커플 친구들은 아직도 방을 못구했다고 한다. 다들 느긋한건가 ㄷㄷ
#28 July, 2016
일본인 친구가 이제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진영이와 함께 주방을 청소하고 난리였다. 냉장고 안을 정리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대충 하였다. 복도도 청소기로 싹 밀었다. 오후 쯤 되서는 타로에 가서 남은 돈과 이틀동안 일했던 돈을 받고 한나언니와 이야기를 좀 하다가 진영이와 저녁에 교토에서 밥을 먹을 계획이라 트라팔가 광장쪽으로 갔다. 진영이랑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East London - Central London 방향이었는데 그간의 추억들이 곳곳에 있어서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것 같았다. 초반에 C군이 데려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지나갔고 (알고보니 zizzi 였다.) 한국인 벤오빠랑 돌아다녔던 곳 등등.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게 지나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그 많은 기억들이 빠르게 지나쳐온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교토에서 엄청난 만찬을 즐기고 와인을 한 잔씩 했다. 참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뭔가 헤어질 거라는게 실감도 들지도 않고 다음 주에도 한 방에서 같이 수다 떨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런던에 온 뒤로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서 씁쓸할 때도 많지만 진영이 같은 경우에는 한국가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깐.. 덕분에 10개월간의 런던 생활이 쓸쓸하지 않았다.. 고마운 친구. 교토에서 진영이가 음식을 사주고, 소호와 피카딜리 서커스 쪽을 거닐다가 피카딜리 서커스 안 쪽에 있는 ZL Cafe라는 곳으로 왔다. 술을 시켜먹을까도 했지만 핫초코가 맛나보여서 핫초코를 시켜먹었다. 직원들이 참 친절했다. 런던도 이렇게 친절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도시인데 나는 런던에 머무는 동안 일을 하면서 그 것을 까먹은 것 같다.
#29 July, 2016
<방정리 하는 것들 조금 도와줬다. 넘나 많은 짐들>
<32 Hainton Close, London에서의 마지막 저녁>
아침 새벽부터 일어났다. 이유는 캠브릿지 대학 병원에 ID Check 서류를 마저 내러 갔어야했다. 내일은 스코틀랜드로 떠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오늘 밖에 없었다. 트럼핑턴에서 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국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만났다. 딸이 캠브릿지에서 일한다고 여기서 산지 10년이 됐고 집을 샀다고 한다. 부럽부럽.. 신기하게도 같은 인천 주민이었다. 무튼 병원에 잘 도착해서 서류 체크를 잘 끝내고 진영이가 있는 센트럴 캠브릿지로 갔다.
펀팅이 내가 겨울에 했을 때는 내 기억에 20파운드였는데 10파운드길래 함께 탔다. 여름의 캠브릿지 펀팅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둘 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 상태에서 피곤하여서 캠브릿지 센트럴 주변을 조금 보다가 금방 코치 스테이션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런던에 도착하니 내 캐드키드슨 카드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 생각엔 펀팅했던 배에서 흘린 것 같은 느낌.. 오이스터, 바클레이 카드, TSB 카드 (이건 받은지 일주일 밖에 안된건데..ㅂㄷㅂㄷ), 주민등록증, 코치 카드, 국제 청소년증 싹다 잃어버린 셈이다. 으규.. 집에 도착해서 TSB에 연락하니 카드는 정지시켜주고 내 신분증들고 지점을 직접 방문을 하라고 했다. 바클레이는 온라인으로 정지를 빠르게 시켜주고 전화로 주소지도 바꾸고 카드도 보내준다고 하였다. 민증은 한국 돌아가게되면 다시 만들어야한다..
할 일을 다 끝내고 루크를 만났는데 루크와 함께 주방을 싹 닦았다. 주방을 다 닦고나서는 할 일이 없어서 어린 프란시스코가 짐싸는 것을 좀 도와줬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큰 프란시스코가 곧 집에 도착해서 리조또를 해 먹었다. 이 이태리 친구들과의 마지막 저녁인 것이다. 이 친구들은 와트니 마켓에 있는 플랏을 구했다고 한다. 바로 옆 블록. 쉐드웰 지박령 같으니라구! 진영이를 기다렸는데 너무 늦어서 우리끼리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갔다. 넘나 피곤해서 그냥 곯아 떨어졌다..
#30 July, 2016
<골더스 그린 버스 정류장>
<새로운 방 창문 모습>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먹다 남은 리조또를 먹고 남은 짐들을 싹 다 챙기고 진영이와 함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진영이 덕분에 늦지 않고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진영이와도 함께 못지낸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같이 에딘버러에 가서 지낼 것만 같은 느낌인데.. 코치에 타려고 티켓을 확인하니 이게 왠걸 시간을 잘못 예매해서 어제 날짜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예매를 해서 한시간을 또 기다려서 다음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타면서 인사를 하고 진영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괜히 뭔가 찡했다.
두번째로 예매한 버스는 한 번 환승을 해야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스위스 코티지와 골더스 그린도 들르는데 초반에 런던 왔을 때 자주 오던 곳이라서 그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진영이랑 함께 뷰잉했던 차일즈힐도 지나가고 진영이가 온 첫 날에 갔던 스위스 코티지의 코스타도 지나가고 벤 오빠랑 다니엘 크레이크의 마지막 007시리즈인 007 스펙터를 봤던 스위스코티지 오투센터도 지나가고 유빈이와 함께 할로윈을 준비하면서 자주 갔던 골더스 그린도 들르고.. 이렇게 지난 기억들을 회상하며 런던과 헤어질 준비를 하였다.
버밍엄에서 환승을 해야헸는데 코벤트리로 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10분 늦었다. 나는 버스 놓치는 줄 알고 똥줄 탔는데 다행히 에딘버러로 가는 버스가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코벤트리와 버밍엄의 느낌은 되게 갈색 느낌의 공업도시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곳은 아니지만 센트럴 처럼 보이는 곳들이 그랬는데 관광할만한 곳은 아닌걸로..
잠들다가 눈에 떴는데 되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구글맵스를 황급히 켜보니 레이크 디스트릭트 근방이었다. 와.. 이 곳은 꼭 가야해! 꼭 갈 것이다.
버스는 글라스고를 들렀다가 에딘버러에 도착했다. 글라스고는 꽤 현대적인 느낌인데 비해 에딘버러는 좀 더 옛날식의 느낌이 드는 도시였다. 일단 해가 저문 상태라서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비록 밤 10시였지만 돌아다니는 사람도 좀 적다는 느낌도 받았다. 동네도 아니고 무려 센트럴이었는데.. 밤 10시면 그래도 내 기억엔 센트럴 런던에 사람들이 꽤 바글바글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살짝 무서웠다. 택시도 드럽게 보이지 않았는데 겨우 하나를 잡아서 계약한 집으로 갔다. 플랏은 생각보다 옛날 건물이었는데 안은 깔끔했다. 카펫바닥이 아니라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물론 헤인턴 클로즈의 카펫은 마음에 들었지만.. 방도 넓고 수납공간도 많고 잠깐 지내다가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집이라고 해야하나.. 주인분은 역시나 중국인 여성이셨다. 넘나 친절한 것. 대충 설명을 받고 짐을 풀기 전에 함께 살 에딘버러 대학교 유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인도에서 온 애들인데 다들 20살 이렇다. 얘네도 자기네 나라로 잠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방학인데 에딘버러 페스티발을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인가보다. 다들 나이가 어린게 보여서 어찌나 부럽던지.. 게다가 유학생들이라니.. 어릴 땐 생각도 못했는데. 방에 들어와서 짐을 풀고 12시간 동안의 코치 여행의 피곤을 풀어야해서 씻고 침대에 바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