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October, 2015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11시에 채링 크로스역으로 갔다. 완전 노다지 자리에 사무실이 있더라 바로 옆에 트라팔가 광장이라는.. 아무튼 리셉션에서 뭐하러 왔냐길래 에이전시 면접보러 왔다고 하니깐 어플리케이션 폼을 작성하고 기다렸더니 어떤 금발의 백인여자가 나를 데리러 온다.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어떤 히잡을 쓰고있는 화장이 독특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내 소개를 하고 그 여자가 너 포트폴리오는 있냐고 물어봤다. 사진은 없는데? 그러니깐 그럼 내가 왜 너를 뽑아야하는지 이유를 설명해봐. 블라블라 얼토당토 이러쿵저러쿵 말도 안되게 설명했는데 씅에 안차는지 일단 다음으로 넘어갔다. 커머셜 모델은 이런이런 일을 한다고 예시를 보여줬다. 한 건에 잘하면 2000파운드를 벌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일단 엑스트라로 시작하고 싶은데 너무 커머셜쪽을 보여줘서 의아해했던. 다른 엑스트라 지원을 요청하는 메일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내가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스튜디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게 사기인지 아닌도 아직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사무실은 멀쩡한 완전 알짜베기 중앙에 있으니깐 긴가민가하면서도 일단 스튜디오 예약 보증금을 내고 월요일에 사무실로 나오라는 말을 듣고 학원으로 갔다.
학원 수업을 듣고 한국인오빠가 2주동안 못나와서 못썼던 답안을 적기위해 뉴옥스포드 스트릿역에 새로생긴 코스타를 갔다. 사실 이 곳은 내가 이번 주 일요일에 갔던 곳이라눙.. 꽤 분위기도 좋고 넓고 깨끗했다. 아무튼 오빠가 음료랑 빵을 사주시고 같이 공부 좀 하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역시 대학원생이라서 그런지 단어선택과 우리나라 말 억양이 되게 고급지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대화의 질도 간만에 깊고 좋았다. 다른 워홀러들과 만나도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서 친했던 과장님이랑 대화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수다를 4시간을 떨다보니 어느덧 8시였고 오빠가 홀본역 앞까지 데려다 주시고 집으로 갔다.
#14 October, 2015
결국 74만원 어치의 스튜디오비를 정착 초기에 낼 수 없다고 판단되어 (난 이제 고작 40일도 안된 런더너이다) 스튜디오에 전화를 눌렀다. 환불을 받야아하는 고로 영어가 왜 그렇게 잘되는거니? 안녕? 나 예약한 누구누구야 / 오 알겠어, 왜 전화 했어? / 저 환불을 하고싶어요 (갑자기 정중한 영어표현) / 무슨 일이 생긴거니!? / 아니, 그냥 다른 일을 구했어. 근데 그 일을 모델일이 아니라서 사진이 더이상 필요없게 됐어.. / 오 그래. 그럼 예약종이랑 결제한 카드 들고 스튜디오로 와야해 / 응 알겠어 / 아 잠깐만 아직 전산으로 안넘어 간 것 같아. 워킹데이로 3일이 지나야한다네?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와야겠는데? / 다음 주 월요일? / 응. 다음주 월요일. / 오 알겠어. 너무 고마워요! / 천만에 / 월요일에 보자, 좋은 하루 / 좋은 하루. 이렇게 환불을 쉽게해주니까 정말 얘네가 이런 걸로 사기 치는건 아니었나보다 싶었다. 다음에 하고싶으면 연락해서 하면되고 굳이 뭐 시기가 지금만은 아니니깐.. 74만원 내 피같은 돈이라고..
학원에서 테스트를 보았는데 보고 나와서 복도에 앉아서 쉬고있는데 엔리코도 테스트를 끝내고 내 옆에 앉아서 (엔리코는 주말-화요일까지 이태리에 치아 치료 받으러 갔었던 상황) 이태리 로마 사진과 자기가 이번주 초에 아트 디렉션 포트폴리오 만드려고 찍었던 작업을 보여주었다. 벨기에 여자애와 함께 찍은 것인데 정말 내가 봐도 프로라고해도 무방할 수준의 포토슛이었다. 심지어 모델이 이쁜애가 아닌데 정말 느낌이 있었다. 자기가 다 포토샵질 한거라며 여자아이의 다크서클 있는 사진이랑 없는 사진 비교해주고... 엔리코는 정말 뭐라도 될 애 같다. 이제 겨우 23살인데. 부럽다. 짜식.
학원이 끝나고 워홀 동생과 함께 레스터 스퀘어 근처에서 만나서 수다떨고 피자먹고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런던은 집값이 비싸서 변변치 않은 잡을 구하지 못할 바에야 조금 적응기간을 거치고 다른 도시로 가는게 신변에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너무 비싸 집값과 교통비만 내면 그냥 끝난다눙... 또륵..
집에 가면서 요새 썩어가는 내 피부를 살리기 위하여 브로콜리와 당근을 사들고 집에 갔다.
#15 October, 2015
오늘 아침 부산떨며 빨래를 빨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메뉴는 토스트와 계란, 푸룬5개, 시리얼! 내가 적고도 너무 푸짐하구나. 토스트 or 시리얼로 메뉴를 바꿔야겠다. 푸룬5개는 포기할 수 없어. 날씨가 흐리길래 빨래를 집 계단 난간에 널고 화장 다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아줌마가 부르는 것이 아닌가. 밖에 날씨 보라고 해떴다고 밖에다 널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냥 난 영국날씨도 믿을 수 없고.. 그냥 밖에다 너는거 별로 안좋아해서 바깥 공기가 좋은 거면 몰라... 런던인데? 아무튼 나 바빠서 지금 빨래 밖에다 널 수 없다고 하고 나가는데 발신 표시 번호가 또 없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기 어디어디인데 월요일에 면접 보러오라고 CV랑 여권, 여권 복사한 것 챙겨서 리젠트 스트릿에 있는 건물로 와라 자세한 정보는 메일로 보내주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근데 대체 어디에다가 넣었지? 검색해보니 2주 전에 자라에 한번 지원해보려고 했던 패션 브랜드 잡 관련 사이트였던 것이다. 근데 자라는 아니고 사하라 뭐 이딴 식으로 말하고 전화건 사람도 영국사람이 아니어서...
오늘도 역시 수업을 재미있게 듣고 끝나고 브로콜리를 데쳐먹어야해서 소금과 해바라기씨유 그리고 토마토소스랑 과자를 사서 집에 오는 길에 메일을 한 번 확인했는데 3주 전에 그냥 돈이 많고 수술실 파트길래 지원했던 병원에서 메일이 왔다. 비록 간호사는 아니지만 간호사와 의사를 도와주는 조무사의 개념으로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 연봉이 꽤나 쎄서 (한국 간호사보다 훨씬 많은..) 그리고 우리나라 수술실 간호사는 조무사 일도 거의 도맡아서 하는 수준이라 여기 조무사들이 하는 일은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이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내가 우선 선발 후보로 뽑혔다고 하면서 아직도 이 일에 관심이 있냐는 메일이었다. 일단 임시계약직이고 11월부터 일을 시작할 것이고 일을 잘한다면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고 다시 1월 달부터 재계약할 것이라는 글이었다. 경력에 따라서 연봉은 다르지만 일단 내가 수술실 경력이 있으니 우선 순위 후보로 뽑힌 것 같다. 영어만 좀 집중해서 말을 잘 털어준다면 무리 없게 붙지 않을까 싶다. 연봉이 일단 36k 파운드라서 한화로 하자면 6천만원. 이거는 경력에 따라서 달라지는거니까 아무튼 최대가 6천만원이라니.. 나 영국 초봉인 4천만원 기대해도 되나요? 아무튼 큰 사고만 안치고 영어 공부 착실히 하면서 일한다면 재계약은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돈도 많이 벌고 그러면 또 내 여가 생활은 풍부해질 것이고 또 내 전공이 어쩔 수 없이 간호과이니깐 이걸로 여기서 병원 실무 보면서 자극 받고 공부하다보면 면허증도 따고 내가 여기 병원에서 실무 경험도 있으니깐 취업비자도 쉽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이엘츠 다시 당장 시작해야겠네? 아무튼 나 관심있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답장을 하고 내일 내가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다. 아예 기대도 안했던 병원잡이 굴러들어오나요? 사실 영국간호사 카페에서 연구간호사로 5년 일한 분이 여태까지 조무사잡 CV넣어도 답장이 없었다길래 거의 포기했는데. 이게 왠일이니? 아직 일하는 것 확정은 아니지만 이런 외국인 간호사에게도 저런 기회를 주는게 흔치 않은 일인데 참 나도 어찌보면 운이 좋은가 싶기도하다. 커머셜 모델링 알바부터해서 다양하게 연락이 오네.. 역시 런던은 기회의 도시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