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October, 2015
로펌회사의 리크루터와 드디어 영상 통화를 하였다. 일반적으로 영국회사는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영통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물론 대학교 입학 인터뷰 같은거 할 때도 스카이프로 진행할 때도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Liz와 4일만에 성사가 된 영통. 10시 30분에 전화를 걸어서 인사도 나누고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혹시나 영국와서 영국회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인사채용담당자와 스카이프 대화한 내용을 써두도록 해야겠다.
=드디어 당신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드디어 만났네요, 반가워요. 당신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하죠? 채윤?
=네, 정확하게 발음하셨어요! 아, 지금 너무 떨려요!
-이건 간단한 대화니깐!! 떨 필요 없어요. 이번 주에 은행업무 보느라고 많이 바빴겠네요.
=네, 바빴지만 친절하고 좋은 뱅커를 만나서 쉽게 만들 수 있었어요. 외국인들은 영국에서 계좌 만들기가 쉽지 않거든요.
-운이 좋았네요. 여기 온지는 얼마나 됐죠?
=한 달 넘었어요.
-간호사였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간호사는 어때요?
=너무 힘들어요. 너무 바쁘고 일만 해야해요.
-아 너무 힘들게 일하는건 싫어하나요?
=하드 워킹은 좋지만 제 여가 시간이 없는건 힘들어요. 간호사는 교대 근무라서 오피스 타임에 일하고 싶은 욕구도 커요.
-오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사무직같은 걸 원하는거군요.
=네, 일이 끝나면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요. 영어 공부나 제가 할 일에 관련된 것들이요.
-(여기서 잠깐 혼선이 있었던 듯) 아, 일을 관두면 학위 같은 걸 따실건가요?
=아니요! 제 말은 일이 끝나면 여가시간에 영어 공부나 자기 개발을 하고 싶다는 말이예요.
-아, 일 끝나고 저녁에 공부를 하시겠다는 말이군요. 좋네요. 혹시 간호사를 안하고싶으시다고 했는데 영국에 그럼 한가지 일만 할건가요? 아니면 여러가지 일을 시도할건가요?
=한가지 일을 하고싶어요.
-Lovely (아무래도 오래 일할 사람을 뽑을거다 보니깐 물어본 질문이었던 듯. 중간중간에 인터뷰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은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법률에 관한 것이라서
-오 걱정말아요, 당신은 법에 관련해서 신경 안써도 되요. 회사에 변호사들이 따로 있답니다. 당신이 할 업무는.. (업무 설명)
=오 정말 흥미로운 일이군요.
-당신이 이 일을 하게 된다면 정말 유니크하고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당신이 OOO?에 관심이 많다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저희 회사에는 러시아, 중국, 독일 등등 다양한 고객들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은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국제적인 회사네요.
-고객과 플랫폼과 관계를 잘 쌓아야하는데 당신은 참 Warm 한 것 같아요.
=아, 정말요?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대화 너무 즐거웠고 자세한 것들은 나중에 연락드리도록 할께요.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더 고마워요.
이 것 보다는 대화가 길긴했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저런 내용. 한 15-20분 동안 스카이프로 대화한 것 같다. 인사 채용 담당자가 잘 웃어주시고 영어도 다른 전화로 와다다다 말하는 에이전트들 처럼 말하는게 아니고 잘 들리게끔 말씀해주셔서 더 좋았다.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는 다른 한국 워홀러들에 비해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긴 했는데. 과연 인터뷰까지 무사 성공해서 입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후에는 바클레이 카드가 왔다. 데이비드 스릉흔드..♥ 수요일에 신청해서 금요일에 카드를 받게된 셈. 영국은행의 독특한 점은 종이 통장이 없다는 점 그리고 비밀번호 설정은 카드를 받고 따로 해야하는 점. 물론 ATM에서 본인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귀찮.. 그냥 그 번호대로 외워서 할란다. 신나게 온라인 뱅킹도 로그인해보고 잘 되는지 확인하고 데이비드가 받아주려다가 실패했던 모바일 뱅킹을 받으려고 애플 앱스토어 국가 설정을 변경하려는데 야무지게 실패했다. 이유를 모르겠어서 은행에다가 전화했더니 전화 받은 여자 분이 구두로 설명할 수 없을 뿐더러 나조차도 영어로 설명하는게 딸려서 그랬는지 그냥 해당은행 지점으로 가보시라고 했다. 데이비드를 또 만나야하는건가요? 그런데 데이비드도 해결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영국 앱스토어에 있는 BBC IPLAYER를 쓰고 싶었는데, 집에 거실은 있지만 내가 쓸 수 없는 영역이라서 TV가 필요한데 저 어플을 대신 쓰면 정말 좋다고 들어가지고.. 월요일에 아무래도 내 담당 뱅커한테 가야할 것 같다. 조촐한 한국 선물도 드려야할 각이다. 다른 워홀러 동생은 2주동안 은행계좌 오픈하는거때문에 고생하고 아직도 은행계좌를 오픈 못한 상태. 누구에겐 어렵고 누구에겐 엄청 쉬운게 은행계좌 오픈이라고 했던가.. 갓 데이비드쨩! 월요일에 볼 수 있으면 보아요... 찾아갈테니깐..
밤에 워홀러 동생들을 보기로 했다. 다음 주 할로윈에 같이 클럽가기 전에 함께 모여서 얼굴도 서로 익힐겸 펍으로 고고싱하기로 했다. 다들 사는 곳이 각각이라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모이게 되었다. 가는 길에 미친 꽐라 백인이 말 시키고 역시 불금은 불금이구나 싶었다. 술먹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무튼 모여서 BE AT ONE이라는 펍으로 갔는데 관광지 펍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노래가 상당히 대중적이었다. 여러 남자들이 말 시키긴했는데 그냥 그랬다. 그리고 신기했던 점은 시간이 흐를 수록 물이 점점 흐려지고 나이대도 점점 높아졌다. 그래도 그 분위기가 좋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각자 집으로 갔다. 나이트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내 옆에 앉았던 남자가 자꾸 흘끔흘끔 나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쳐서 말을 조금 나누게됐는데 한국에 가본적이 있다고 건배라는 말 안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프랑스 남자였는데 회사에서 런던으로 보내가지고 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 남자랑 이야기 나누느라고 버스 한정거장 놓치게 되었다. ㅂㄷㅂㄷ..
#24 October, 2015
어제 집에 늦게 들어갔던 여파인가 그래서인지 오늘은 오후 3시까지 내 방에 틀여박혀서 잠을 자였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장을 봐야해서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큰 마트 아이스랜드로 갔다. 브로콜리, 당근, 우유, 요거트, 식빵, 계란, 킨더 초콜렛, 버터 그리고 필라델피아 치즈를 샀는데 6.50파운드! 이렇게 사면 2-3주는 너끈히 아침과 저녁이 해결된다. 식재료는 정말 얘네들 물가에 비해 너무 싸지 않은가..! 물론 영국 상류층이 선호하는 마트로 가면 비싸긴하지만 굳이 똑같은 제품인데 그런데 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열심히 당근과 브로콜리를 썰어서 반찬통에 넣고 간단하게 채윤표 브로콜리 당근 계란 파스타를 해먹고, 내 방 카펫트 청소랑 화장실 청소도 하고 간만에 부산 좀 떨어줬다. CV도 그 회사 분석가에 맞게 고쳐서 다시 Liz에게 보내주고 오만과 편견을 읽고 느즈막히 자야지. 내일은 뭐하지? 날씨나 좋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오늘은 아무대도 안갔는데 날씨가 안좋고 비도 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