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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4 July, 2016

by 꽃딱지 2016.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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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July, 2016

<이사 준비로 폭탄 맞은 우리 방>

 

<로마니아 플메, 코즈민이 찍은 이태리 커플. 집 나가기 전에 뜯어놨던 문짝 다시 붙이는 중>

 

어제만 해도 갈팡질팡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영국 NHS의 conditional offer는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해외 포럼의 리뷰들을 보고 (실로 어마어마한 피해자들이 많았다.) 당장 캠브릿지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과 일을 할 수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느낌을 감지하고, 나는 다시 스페어룸을 키고 다른 도시의 집들을 찾는 수 밖에 없었다. 검색한 도시로는 리즈, 첼트넘, 에딘버러 요 세가지로 줄여졌고 한국으로 그냥 다시 돌아가는 변수도 생각해 한국행 티켓 시세가 어느 정도하는지 검색도 해봤다. (미리 예약하면 할 수록 저렴했으니 올 겨울에 예매해둬야할 듯..) 캠브릿지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살고싶다는 생각도 딱히 없었고 집값과 보증금도 컨디션에 비해 비싼 곳이 많아서 제외해버렸다.

첼트넘은 조쉬가 최근에 나의 이사 시즌에 겹쳐서 곧 이사하지 않냐며 자기네 동네 방문 좀 하라고 해서 고려해둔 이유였다. 하지만 저번 주에 내가 캠브릿지로 가야할 것 같다고 한 뒤로는 답장이 미적지근.. 에라이 벤댕이소갈딱지야. 첼트넘을 검색하다가 한국 블로거 분의 글을 읽고 그 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도시이야기 뿐만 아니고 워홀러 선배로서의 경험담을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영국이 그리워도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놀러 오기도 힘들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보니 다른 지방으로 가서 뭐라도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페어룸을 또 열심히 검색했다. 에딘버러에 딱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다. 주 120파운드에 보증금은 딱 2주치여서 이사하기에 초반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적당했다. 또 다음 주에 타로에서 일을 도와줄거라 어느정도 한달 내로 일을 구하기만 하면 안정적인 생활도 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8월에 에딘버러 페스티발을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 그리고 나냔은 해리 포터, 유안 맥그리거 덕후 아닌가... 스코틀랜드에 대한 염원이 영국에 온 뒤로 엄청 났지만.. 시간과 돈의 압박으로 갈 수가 없었다. 이 기회를 빌어 스코틀랜드도 돌아다녀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진영이와 함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타로에서 화수나 화수목까지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월요일에 미리 소포를 부쳐야 할 것 같다. 당장 안입을 옷들을 빼고 다 압축팩에 집어 넣어버렸다. 부피가 너무 커서 거기에 맞는 박스가 있을지나 의문.. 돈도 많이 들 것 같다.. ㅠ.- 옷을 버리기에는 이 나라 옷값 넘나 비싼 것! 게다가 겨울에 스코틀랜드에서 버틸 생각도 해야하니깐 옷을 다 버릴 수 없었다. 내가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스코틀랜드에 간다고해서 아직 캠브릿지에 대한 가능성을 아예 닫아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의 ID check 서류에 관한 것들은 금요일에 예약 잡아놓은대로 찾아가서 낼 생각이다. 내가 준비하라는 것은 다 했고, 내 최선을 다 했으니 그러면 된거야.

지금은 느낌이 너무 이상하다. 작년 9월에 영국 오기 전에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생각이 안든다. 그 때는 막상 한국에서 친구들이랑 다 만나고 놀러다니니깐 그게 또 즐거워서 영국이 갑자기 가기 싫어지고 막상 엄마를 곁에서 못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었다.. 지금은 또 가면 정말로 혼자고 진영이는 런던에 남아있으니 집에 와도 방에서 수다 떨 사람도 없고 함께 웃고 영화 볼 친구도 없게 되는 것이다.. 뭔가 이 느낌이 참 미묘하고 싫다. 아침에는 막 설렜다가 막상 짐을 싸기 시작하니까 또 다른 갑작스러운 이별이 실감이 난다.. 맞다, 조쉬가 런던을 떠났을 때도 이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아, 처음에 East London이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되어버렸구나.. 그리워 질 것 같아서 구석구석 쉐드웰의 모습을 찍어놓기도 했다. 하하..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추억이 방울방울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이제 온지 11개월 남짓 됐고, 남은 비자 기간도 11개월 남짓. 딱, 영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의 절반에 와 있는 지금. 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보는 시간도 된 것 같다. 영국 내 여행도 더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싶다. 사실 상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밖에 많이 안나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들을 반성해야겠다. 내가 또 언제 이 나라에서 이렇게 살아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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