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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8, 9, 11, 12, 13 March, 2017

by 꽃딱지 201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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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March, 2017

 

한국도 그렇겠지만 3월이 와서 그런가 영국 날씨도 엄청 풀렸다. 저번 주 부터 곳곳에 나무에 꽃이 피는 것도 그렇고 봄이 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GP에 갈 준비를 했다. 다니엘이 무릎 상처가 아프면 여기는 공짜니까 왠만하면 여기서 수술 공짜로 받으라고 계속 그래서 다니엘 집 근처에 있는 GP를 등록하고 다니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원에 꽃이 이쁘게 피어있어서 찰칵.

다니엘과 PS4로 게임 좀 하다가 함께 치킨랩을 해먹기로 해서 열심히 치킨 가슴살 손질하고 다니엘은 피망을 손질하고 준비해서 각자 랩을 싸는데 나는 프레타망제에서 싸던 실력이 있어서 쉽게 싸는데 다니엘꺼는 완전 더럽... 리얼 더럽.. 다니엘이 싼 랩은 먹을 때도 질질 흘리게 먹기 불편했다.

 

#09 March, 2017

맨날 함께 지내다보니 함께 보는 동영상도 많아졌는데 그 중에 다니엘이 가장 좋아한다는 커뮤니티라는 미국 시트콤을 보기 시작했다. 역시 시간 보내는데는 시트콤이 최고다. 우리나라 시트콤도 영어 자막 지원을 하면 한 번 같이 봐도 좋을 것 같은데..

 

#11 March, 2017

 

다니엘 부모님 댁 가는 날.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부랴부랴 나와서 시티 센터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시티 센터에서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아점을 떼우고 마켓에서 가는 길에 먹을 퍼지, 캔디 그리고 마시멜로우를 샀다. 기차에서는 다니엘이 산 가디언지를 읽었다. 다니엘은 신문 부분은 버리고 TV 가이드를 보기위해서 사는거라고 해서 나는 신문이랑 TV 가이드도 다 읽었다. 신문을 읽다가 내 남친 다니엘 말고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연극을 런던에서 하고있다는 기사를 읽고 부랴부랴 좋은 자리로 예매해놨다. 신난다! 무려 18 만원짜리! 다다음주 주말 근무하고 연차를 수요일로 바꿔서 보러올 예정이다.

입스위치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다니엘 부모님이 사는 동네에 도착한다고 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에 탔는데 입스위치에 왔을 때부터 느꼈는데 동양인이 정말 없어서 유독 시선이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입스위치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20-30분을 타고 캠브릿지 방향으로 가면 다니엘이 사는 동네에 도착한다. 입스위치는 솔직히 말해서 삭막하고 이쁜 곳은 아닌 것 같았는데 들어갈 수록 작고 아담한 이쁜 동네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니엘이 사는 곳은 Hadleigh라는 작은 타운이다. 메인 스트릿은 정말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있고 알록달록 색깔들이 칠해져있어서 또 다른 유럽마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니엘 집에 도착해서 다니엘이 집 안 곳곳을 보여주고 난 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부모님이 도착했다고 하니까 갑자기 급 긴장이 되었다. 거실안에서 창밖으로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쭈뼛쭈뼛 인사하러 갔는데 어머니는 성함이 좀 독특한데 체리, 선한 인상의 잉글리쉬 레이디 느낌이 물씬 풍겼고, 아버지의 성함은 케빈이고 억양에서부터 느껴지는 잘생기고 훤칠한 스코티쉬 군인의 느낌이 났다.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케어해주는 방문의사, 아버지는 공군이시다. 아무튼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저녁은 나가서 먹기로 결정을 하고 예약을 했다.

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으러 잠깐 들러서 봤던 타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비자 때문에 조만간 들어가야한다니깐 다니엘보고 한국가서 영어 선생님 하는거 어떠냐고 따라가라고 케빈이 완전 보채셨다. 다니엘은 몇 년 전만해도 그러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과학이 좋다고 그건 싫다고 했다. 나도 한국와서 영어선생님하는 것보다는 다니엘이 하고 싶은 것 하는게 낫다고 생각이 드는 편. 계속 영어 선생님으로 일할 것도 아니고서야.. 차라리 다니엘 친구들 말대로 한국에서 몇 년 좀 지낼 거면 사이언스 잡을 구해서 오는게 나을듯? 다니엘의 독일 여행과 해군 지원 이야기도 하고 한국에 관해서 영국 어디어디에서 지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디저트까지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다이닝 룸에서 멕시칸 트레인이라는 보드게임을 했다. 총 2판을 했는데 가족들이 10시 이후에는 보드게임이나 무슨 게임을 안하기로 약속을 했는지 2째판을 안하려다가 내가 룰을 제대로 2회차 때 숙지를 해서 한 판 더 하기로했다. 1째판은 케빈이 이기고 2째판은 다니엘이 이겼다. ㅂㄷㅂㄷ.. 멕시칸 기차에 룰은 가장 어린 사람이 먼저 시작하는 것인데 우리 4명 중 가장 어린 사람은 다니엘이었고 2회차 때, 체리가 첫번째 판에 가장 어린사람이 먼저 시작했으니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시작하는게 어떻냐고 했는데 다니엘과 케빈이 완강하게 거부했다. 심지어 남편인 케빈은 자기가 룰을 다시 찾아보겠다며 종이를 꺼내들고 읽으시고 뭔가 영국인스럽달까.. 체리는 언제나 이 게임을 할 때 불공평하다면서 불평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게임을 끝내고 거실로 다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 가족 룰이 주말에는 보드게임을 다같이 하고 자기 전에 모여서 영화를 보는 모양이다. 암묵적인 룰같은 느낌? 다니엘이 집에 방문 하기 전에도 보드게임을 이야기 열심히 하고 남는 방과 거실에 보드게임이 쌓여있는 것을 보면 가족들이 주말에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 눈에 보였다. 다같이 넷플릭스에서 고르는데 너무 많고 질이 그냥 그런 영화들도 너무나도 많으니까 케빈이 러비쉬라고 겁나 뭐라그러셨다. 고르고 고른 끝에 결단 내린 것은 채피! 개꿀잼이었다. 알고보니 내가 젤 좋아하는 디스트릭스9과 엘리시움의 감독이 만든 것이었다. 그 때 당시 이거때문에 찜했다가 오래전 일이라 까먹은듯..

보는 도중에 다니엘 여동생 쉬본이 와서 인사를 하고 쉬본은 일하다가 왔기 때문에 피곤해서 바로 방에 들어갔다. 영화를 다 보고 다니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족들 너무 친절하고 좋았다고, 내가 준비한 선물도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이 주었냐구 그러시고 너무 다 좋았다니까 다니엘이 오히려 내가 너무 친절하고 고맙다고 긴장할거 없다면서 오히려 남자인 자기가 더 긴장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그랬다.

 

#12 March, 2017

 

아침에 부모님의 대화하는 소리에 깨서 샤워하고 나왔더니 어머니가 일요일에는 베이컨과 와플을 해먹는다고 하시기에 먹는거 가리는게 없는 나는 좋다고 해서 아침은 베이컨과 와플이 되었다. 체리가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으셨는데 다니엘은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장을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마침 영국 일요일 특유의 가정음식인 선데이 로스트를 준비해야하니깐 다 함께 장을 보러 가게 됐다. 부산스럽게 다들 준비하고 여동생 쉬본과 인사를 하고 어머니의 차를 타고 입스위치 테스코로 고고싱. 캠브릿지에도 동양인 비율이 그래도 런던보다는 적다했는데 정말 입스위치는 나 빼고 중국인 모녀로 추정되는 동양여자 달랑 두 명만 보였고 나머지 대다수는 백인들이었다. 장보다가 다니엘이 보이 스카웃의 해군 버전인 시 스카웃의 선생님이 셨던 분을 마주쳐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장을 왕창 잔뜩 보고 와서 케이크를 준비했다. 중간중간에 케빈은 선데이 로스트를 체리는 레몬 머랭 파이를 준비했다. 케이크를 준비하는 동안 캐스트 슈가가 부족해서 다니엘과 타운에 나가서 구경할 겸 잠깐 걸어나갔다. 다니엘 집 주변은 정원 딸린 하우스 단지라서 걸어서 5분 나가면 타운으로 향하는 다리가 나온다. 타운에서 캐스트 슈가를 사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나중에 또 와서 구경하고 여기저기 가보자고 약속하고 집에 들어와서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다가 다시 음식 준비를 했다. 케이크를 끝내고 다니엘의 해군 지원서를 뽑느라 컴퓨터 방에 갔는데 알고보니 A4용지가 부족했던 것.. 순식간에 부모님들은 멘붕이 오고 아버지는 다락방에 있는 창고를 막 뒤져보시고 어머니는 차키를 들고 테스코에 가야겠다고 여기서 엄청 오래걸리는 거리던데 .. 내 방에 프린터기가 있어서 뽑을 수 있으니 여기서 수정할 것 하고 캠브릿지가서 뽑기로 하고 나서야 부모님께서 진정이 되셨다. 이런 소란이 한바탕 일어난 바람에 함께 카슈칸트(?)라는 보드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바로 저녁을 준비해서 먹게 되었다. 주방에 뷔페처럼 구운 야채와 감자, 고구마 그리고 고기등을 각자 접시에 담아서 다이닝 룸에 가져갔다. 취향에 맞게 부모님께서 만든 소스와 크렌베리 잼을 곁들여서 먹기도 하는데 오히려 다니엘은 크렌베리 잼이랑 선데이 로스트랑 먹는거 안좋아한다고.. 저녁을 먹고 어머니의 머랭 레몬 파이를 먹고 다니엘과 만든 초콜렛 케이크 마무리를 하고 다시 캠브릿지 갈 준비를 했다. 케빈이 런던으로 가는 길에 데려다 주기로해서 체리와 포옹 인사를 나누고 캠브릿지로 돌아갔다. 케빈이 다음에는 놀러오면 한국 음식 해먹는건 어떻겠냐면서 조만간 다시 보자고 했다. 장봤던 것을 다니엘 집에 다 내려두고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기나긴 다니엘 부모님과의 첫 만남을 마무리하였다.

내가 생각했던 영국인 가족 느낌이 강한 그런 분위기였다. 정말 다들 welcoming하고 친절하셨다.

 

#13 March, 2017

다니엘과 어제 만들었던 초콜렛 케이크를 시식하고 점심도 먹고 방에서 다니엘 해군 지원서를 뽑아주고 내일 다니엘은 일찍 일어나야해서 나는 내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 방이 얼마 만인지.. 오랜만에 와도 정말 폭탄맞은 내 방을 보자니 눙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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